[미스테리 창작 소설] 김준수

[미스테리 창작 소설] 김준수

이세계가 존재한다고 믿는가?

김준수 프롤로그 1

그러니까 지금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세계 말이다.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이세계의 존재.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녀석, 김준수가 이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준수.. 원래는 참 존재감이 없는 녀석이었는데, 어느날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했다가 돌아와서는, 사람이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 조금 이상해졌다.

그러니까 눈빛, 눈빛이 변했다고 해야할까? 나를 보는 눈빛에 그 어떤 비굴함이나 과도한 친절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위에서부터 깔보는 느낌이 들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그런 눈빛으로 보는 사람은 여태껏 없었기 때문에, 조금은 흥미가 생겨 몇주 전부터 계속 그 친구에게 눈길이 가게되었다.

김준수 프롤로그 2

나는 소위 말하는 금수저, 게다가 성적도, 외모도, 인기도, 그리고 운동신경도 뛰어난 다 가진 사람에 속한다.

"야~ 차태민~ 뭐하냐?"

다른 친구가 나를 부르는 바람에, 우리 둘의 대화는 끊겼지만, 김준수의 말이 사실인지의 여부를 떠나, 앞으로 그 녀석이 무슨 이야기를 늘어놓을까에 흥미가 있다.

 

 

"야~ 너 먼저가라"

나는 원래 함께 다니던 친구를 먼저 보내고, 김준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했던 얘기나 마저 해봐, 소설 듣는 것같아서 재미있네."

비웃을 의도는 없었다.

그냥 순수하게 김준수라는 인물에 흥미가 있을 뿐이다.

"근데, 김준수, 요즘은 알바 안하냐? 매일 알바하느라 학교 마치면 바로 사라지지 않았냐?"

그렇다.

김준수의 존재감이 옅은 이유는, 학교에서 잠만 자고, 마치면 바로 어디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소문에 부모님의 빚때문에 알바를 하루에 4~5개씩은 한다고 얼핏 들었던 것 같다.

"뭐, 사고 전에는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은 관뒀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바로 이거다.

예전의 김준수는 멀리서만 봐도 뭔가 필사적이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식의 이 태도.

위화감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사람이 죽을 뻔하게 되면, 이렇게 달라지나 싶기도 하다.

이유야 어떻든, 나는 김준수에게 아주 강한 흥미를 느끼는 것임에 틀림 없다.

그래서 그녀석의 말을 믿어주는척, 들어주는척 하면서, 나는 김준수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김준수, 니가 말했던 이세계 라는 거, 진짜 봤냐?"

김준수 프롤로그 3

"뭐, 그렇지.. 어차피 니가 안믿는거 알지만.. 아~ 내가 왜 이 얘기를 너한테 하는지 모르겠다. 뭐 미안한 것도 있고.."

김준수는 이렇게 가끔 이상한 말을 한다.

이녀석이 나한테 미안한 일이란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애초에 김준수와 전혀 얽힌적도 없었고, 이렇게 대화를 나누게 된 것도, 이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에 일어난 일이니..

"뭐 전생에 나한테 죄라도 지었냐?"

나는 김준수에게 물었다.

 

 

"뭐, 그렇다고 해두자"

김준수는 이렇게 이상하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뒤따라 가면서 계속 물었다.

"너, 사고 후에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소문이 한동안 있었는데, 그렇게 쇼크냐? 죽을뻔하면?"

갑자기 녀석이 발걸음을 멈춰 섰다.

"그래, 상상도 못할거다"

이렇게 말하고는 가던 길을 갔다.

 

다음날, 김준수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그렇게 김준수는 1달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신경이 쓰였던 나는, 오늘 방과후 김준수의 집으로 가 보기로 했다.

"분명 여기 어디라고 했는데..."

달동네 같은 곳으로 들어선 나는, 김준수의 주소를 들고 헤매고 있었다.

"차태민?"

김준수의 목소리였다.

늘어진 추리닝에 슬리퍼를 끌고 손에는 검은 비닐봉투를 들고 있는 김준수가 보였다.

"니가 여긴 왜..?"

의아해 하는 김준수가 물었다.

"학교에 안나오길래, 무슨 일이 있나 해서 와봤지."

나는 쑥쑥하게 대답했다.

"학교는 왜 안오냐?"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김준수에게 물어 보았다.

"뭐.. 돈도 없고, 학교에 다닐 이유도 없어서.. 그만 두려고"

김준수는 하늘을 보면서 말했다.

"그래? 돈 없는거면, 내가 내줄까?"

나는 김준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김준수는 약간 놀란 듯한 얼굴이었으나, 이내 무표정으로,

"그냥 돈으로 주는게 나을듯, 얼마나 주려고?"

라고 되받아쳤다.

"뭐, 얼마든지. ...전에 말했던 이세계 얘기를 자세히 해 준다면"

내가 왜 이렇게 말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에게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좋아, 어떤게 궁금한데?"

"대박~ 해주는거?"

나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김준수가 소설을 쓰든, 거짓말을 하든, 사실 상관 없었다.

나는 뭔가 지루하지 않을 거리를 찾고 있었다.

"이세계 라는거.. 설마 무슨 마법사 같은것도 있는거야?"

나는 김준수를 재촉하며 물었다.

"아니.."

김준수는 대답했다.

"그런건 없어. 그냥 우리가 사는 세계랑 똑같아. 단지..."

김준수는 말을 이었다.

 

 

"사람도 똑같고, 주변 환경도 똑같은데, 운이 다르다고 해야하나?"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이해가 안되어서 물었다.

"너 말이야.."

김준수는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도 이세계에 있었어."

역시 흥미롭다. 김준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도플갱어 같은 거야?"

나는 되물었다.

"그건 잘 모르겠어. 나도 이세계는 처음이니까"

나는 김준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희미한 웃음이 비쳤다.

약간은 깔보는 듯한, 그런 웃음.

너무 잠시동안 비친 웃음이라, 내가 잘못 보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세계의 나는 어떤 사람인데?"

문득 궁금해진 나는 김준수에게 물었다.

"별로.. 눈에 안띄는 녀석"

싱거운 답변이 돌아와서, 약간은 실망했다.

"잠깐.. 사람도 다 똑같다고 하면, 우리반 애들도 다 있는거야?"

나는 다른 흥미로운 주제를 찾기 위해, 물었다.

"그렇지 뭐.."

김준수는 눈알을 굴리더니 대답했다.

"김수연 있잖아?"

"김수연?"

나는 바로 누군지 떠오르지 않아서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아~ 여자애들한테 따돌림 당하는 애?"

"흠~ 여기서는 그렇구나~"

김준수가 말을 이었다.

"어쩐지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 했어."

"걔가 왜?"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답을 재촉했다.

"김수연, 이세계에서는 완전 여신이다~ 또 인기도 엄청 많았어~ 무엇보다.."

김준수가 어쩐지 흥분하며 말을 하려다, 멈췄다.

"암튼, 여기랑은 완전 딴판임"

김준수가 뭔가 말하려다 만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캐묻는 것도 귀찮고 해서, 그냥 넘기기로 했다.

"내일은 학교에 갈게"

김준수가 의외의 말을 했다.

"변덕스러운 놈.."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김준수는 약속대로 학교에 나왔다.

선생님은, 사고 후유증 때문이겠거니 하고 넘기는 것 같고, 다른 애들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했다.

방과 후, 나는 김준수와 함께 집으로 가기 위해 김준수를 찾았다.

"야~ 집에 가자."

"너 학원은 이제 안가냐?"

김준수가 말했다.

"뭐, 이세계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고.. 학원은 몇일 빠진다고 큰일나는 것도 아니고..."

"미안한데.."

김준수가 내 말을 가로 막았다.

"나 김수연이랑 같이 집에 가려고"

"김수연이랑? 뭐냐~ 너..설마 김수연 때문에 학교 온거냐?"

아싸였던 김준수와 은따인 김수연이 어쩌면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왜 김수연일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어제 말했던 이세계의 다른 김수연과 관련 있는건가?

그렇다면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나는 그 둘 사이에 끼기로 했다.

"나도 같이 가자!"

잠시 김준수의 얼굴에 짜증이 비쳤다가 사라졌다.

"뭐, 물주가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지"

김준수는 포기한듯 말했다.

 

이렇게 나 차태민, 김준수, 그리고 김수연은 꾸준히 어울리기 시작했다.

여자인 김수연이 멤버에 들어온 탓에, 여친인 강지수가 가끔씩 볼멘소리를 했지만 무시했다.

나는 김수연에게 전혀 마음이 없었고, 김수연이 우리 사이에 낀 것은 김준수가 계속 김수연을 부르기 때문이었다.

김수연도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했지만 어차피 친구가 없었던 탓도 있기 때문인지 언젠가부터 셋이 다니는 것을 싫어하지 않게 된 것 같다.

여친의 잔소리 때문에 4명이 모이면 안될까도 생각했지만,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강지수는 김준수나 김수연 같은 애들과는 어울리고 싶지 않다고 한다.

지수의 잔소리가 심하기도 하고, 김수연에 대한 여자 애들의 괴롭힘이 심해지기도 하는 것 같아서, 한번씩은 여친을 달래주기 위해 셋이서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 셋은 정기적으로 만나서 놀았다.

단순히 물주 취급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상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김준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즐거웠다.

김수연도 처음에는 김준수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지금은 꽤 익숙해진 모양이다.

 

셋이 만나면 우리는 항상 김준수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이세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금까지의 김준수의 말을 요약하면, 평행 우주와 같은 이세계가 존재하는데, 그 세계도 지금의 세계와 다르지 않다는 것.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의 세계에서 많이 가진 사람은, 이세계에서는 적게 가졌고, 지금의 세계에서 운이  좋은 사람은, 이세계에서는 아주 운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이다.

선생님과 학생 사이는 다름이 없고, 부모도 같은 사람이지만, 부모의 재산이나, 자신의 학력, 선생님의 인성이나 능력등이 완전히 반대이며, 지금의 세계에서 착한 사람은 이세계에서는 악하다고 한다.

어떻게 그런 세계가 성립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준수가 자신의 환경을 비관하여 만들어낸 상상 속의 세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루는 우리 셋이서 학교에 오래 남아 있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이래뵈도 학생회장이어서, 위원회의 때문에 오래 남아 있었고, 김준수와 김수연은 교실에서 둘이 이야기를 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김준수, 니 말대로 그런 세계가 있다면, 그 세계에서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있어. 내가 그 세계에서 왔어."

"그래.. 그랬지 ㅎㅎㅎ"

"난 지금 그 세계로 다시 돌아가는 방법을 찾고 있어.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너도 같이 가자."

"그래 주면 고맙지. 나도 지금의 세계라면 지겨워 죽겠거든."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학급회의가 끝나고 교실로 돌아가니, 둘이서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온 것이다.

"근데, 이세계로 가려면, 죽어야 하는거 아냐?"

 

 

나는 무심하게 말하면서 교실로 들어왔다.

김준수는 나를 한 번 보더니 약간 짜증이 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이내,

"그럴지도,, 나도 사고를 당해서 여기에 오게 되었으니까"

라고 말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하하,, 뭐야~ 이거 위험한 거 아냐?"

김수연이 멋적게 웃더니 말했다.

우리는 그날도 이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우리 셋은 김준수의 말이 사실인양 그 대화에 참여하고 있었다.

물론 김준수의 이세계가 어쩌고 하는 말은 다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김준수가 너무 잘 만들어 놓은 세계인 것이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정말 현실에 존재하는 세계같이 들리기도 한다.

이렇게 무의미한 공상 속의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시간을 보냈다.

 

한 날은 김준수가 수업 도중에 갑자기 가방을 챙겨 나가는 것이었다.

나는 선생님께 김준수를 데려오겠다고 말씀드리고 김준수를 따라 나왔다.

김준수는 어디론가 급히 가는 모양이었다.

"야~! 김준수! 너 어디가냐? 쌤한테 아무 말도 없이.."

나는 당황하며 김준수에게 말했다.

"수연이가 안왔잖아"

김준수가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김수연이 학교에 안왔나?

나는 김준수를 따라 가고 싶었지만, 학교를 그대로 나올 수 없었기 때문에, 다시 돌아왔다.

김준수와 김수연은 다음 날에도 학교에 오지 않았다.

나는 학교가 끝나자 마자 김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준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준수가 학교에 안온지 1달이 다 되어갔다.

그 즈음이었다.

선생님으로부터 김수연의 '사고' 소식을 들은 것은.

그건 그렇고, 김준수는 왜 안오는 것일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던가?

김준수에 대한 흥미도 살짝 떨어져가고 있을 때 즈음, 김준수가 학교에 왔다.

그것도 한참 수업 중에.

김준수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거지 같았다. 

그런 꼴을 보니, 김준수에 대한 흥미도 확 떨어지는 것 같았다.

김준수는 성큼 성큼 교실에 들어오더니, 강지수 책상 앞에 서서 한참을 노려보다가, 유성 매직팬으로 '살인자' 라고 적고는 그냥 가버렸다. 

나는 김준수를 따라가려다, 왠지 귀찮아져서 자리에 않았다.

그런데, 내 여친이 살인자라니?

나는 지수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지수는 얼굴이 새파래져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화가 난건지, 무서운건지 모르겠는 얼굴을 하고 있다.

쉬는 시간에 나는 강지수에게 다가갔다.

"야 강지수, 너 김수연 죽였냐?"

나는 무심하게 물어 보았다.

"...닥쳐"

강지수의 날카로운 대답이 돌아왔다.

지수의 반응이 흥미로워서 좀 더 찔러 보았다.

"그동안 너 김수연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잖아? 그래서 죽인거야?"

강지수는 나를 무섭게 노려보더니, 몸이 안좋다면서 양호실에 갔다.

수업이 시작되었고, 나는 그 사건을 크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무엇보다 눈 앞에 닥친 시험에 정신이 팔려,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강지수는 몇일 동안 결석했다.

몸이 좋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여친인지라, 시험이 끝나고 전화를 해보았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뭔가 단단히 화가 난 듯하다.

조금은 풀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선물을 사서 지수네 집으로 찾아갔다.

지수의 어머니가 문을 열어 주셨다.

"지수야~ 나 왔어!"

나는 지수의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지수는 좀 야윈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자, 조금 불쌍한 것 같다.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김준수 말에 너무 신경 쓰지마"

지수는 나를 올려다 보았다.

"뭐,, 그녀석 망상도 있고,, 아무튼 제정신이 아닌 놈이니까, 이상한 말에 휘둘릴 것 없어"

나는 말을 이었다.

"뭐 설령, 니가 죽였다고 해도, 증거도 없을 뿐더러, 미성년자니까 큰일이야 있겠어? 니네 아버지가 손 써주시겠지"

나는 나름대로 지수를 위로할 생각이었다.

 

 

"뭐래~ 나 안죽였어"

지수는 나를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지수는 그동안 김수연이 마음에 안들었던건 사실이지만, 딱히 죽일 정도로 싫어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김수연이 나랑 어울려 다니는 것이 마음에 안들어서 좀 괴롭히긴 했지만, 그게 김수연 사고와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다.

"니가 괴롭혀서 자살한 거 아냐?"

나는 실실 웃으며 말했다.

강지수의 표정이 굳었다.

"아이~씨X, 안그래도 X나 찝찝한데.. 재수없게 그런 소리 하지마라"

강지수는 그렇게 말하며 TV를 켰다.

예능 몰아보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문득 김수연이 왜 죽었는지 궁금해졌다.

김준수는 왜 강지수에게 살인자라고 했던 걸까?

원래 망상에 빠져사는 녀석이지만, 그 때 김준수의 표정은 꽤나 강렬했다.

나는 발걸음을 옮겨 김준수가 사는 동네로 가고 있었다.

그러나 김준수의 집에 찾아가도 아무도 없었고, 포기하고 돌아가려는 순간, 김준수를 만났다.

김준수 집 앞 놀이터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는 김준수를 발견한 것이다.

"김준수, 오랜만이다"

나는 반갑게 인사를 했다.

김준수를 보는 것이 조금 반가운 것은 사실이었다.

예전만큼 흥미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다.

"살아 있었네?"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나는 말을 이었다.

"..이젠 학교는 안오는거야?"

김준수는 말이 없다.

김준수를 자극할만한 소재가 필요했다.

"강지수, 김수연 안죽였대"

김준수가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직접 물어봤어"

나는 김준수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알고 있어"

김준수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럼 왜 그 떄, 강지수한테 살인자라고 한거야?"

나는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김준수의 얼굴이 약간 구겨지더니,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난 수연이 말대로 했을 뿐이야"

역시 재미있다.

이런 무미건조하고도 참신한 김준수의 반응은.

김준수를 만나러 오기 잘한 것 같다.

"뭐야, 김수연이 죽기 전에 유언이라도 남겼냐?"

나는 실실 웃으며 말했다.

"...뭐, 그런 셈이지"

김준수는 자신이 마시고 있던 맥주캔을 나에게 내밀었다.

"김준수, 양아치 다 됐네~"

나는 김준수가 먹던 맥주라 좀 찝찝했지만, 김준수와 좀 더 이야기 하기 위해 받아 마셨다.

"이러지 말고, 편의점 가서 몇 캔 더 사오던지"

나는 이야기가 길어질 것을 예상하고, 말했다.

"이거 다 마시면 가자"

김준수가 말했다.

"그래서? 김수연이 죽기 전에, 뭐라고 했는데?"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알 것 없어."

김준수가 무심하게 대답한다.

아무래도 김준수는 김수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나는, 김준수를 조금 더 자극해 보기로 했다.

"니가 죽였냐?"

나는 가늘게 눈을 뜨고 김준수를 보았다.

김준수는 조금 놀란 것 같지만, 이내 무표정으로

"궁금하냐?"

 라고 말한다.

 

 

"니가 김수연한테 이세계 이야기 하면서, 죽으면 갈 수 있다고 했잖아~"

나는 조금 더 김준수를 건드려 보기로 했다.

"이세계에서 김수연은 훨씬 행복하다고, 니가 그렇게 말해서 죽은 거 아냐?"

"...하.."

김준수는 갑자기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

"김수연이 선택한거야"

김준수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고민하고 있었는데, 니 여친님 때문에, 선택이 쉬워졌다고 말하더라"

나는 약간 실망했다.

나는 조금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진짜 죽으면 이세계에 갈 수 있는건 확실한거야?"

나는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죽어 봐야 아는거겠지..."

김준수가 말끝을 흐렸다.

처음으로 김준수는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죽어서 여기 왔으니까, 여기서 죽으면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김준수의 눈빛이 강하게 떨린다.

갑자기 김준수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나한테 물어보냐?.. 아~피곤해졌다. 맥주는 다음에 하자. 나는 집에 간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술도 많이 안마셨는데, 벌써 취한 느낌이 들어 피곤해지기도 했고, 더 있어봐야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을 것 같았다.

"근데..."

그 때 김준수가 입을 열었다.

"최태민, 김수연은 이세계에서 훨씬 행복했는데, 너는 어땠을것 같냐?"

"...눈에 띄지 않았다며..?"

나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약간 놀라서 말했다.

"...X나 진따같은 x끼였어~"

김준수는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세계에서 x나 귀여워 해줬는데...ㅎㅎㅎ"

그래, 이 눈빛이다.

나를 위에서부터 깔보는 듯한 그 눈빛.

"그런데 그거 알아?"

나는 김준수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지금은 니가 x나 진따같은 x끼야.."

나는 살짝 기분이 상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니가 x나 진따같은 x끼니까... 그런 망상에 빠진거지"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준수를 쳐다봤다.

"김수연, 니가 죽인 거야, 이 살인자 x끼야~"

그리고 마지막 말을 김준수의 귓가에 속삭였다.

김준수의 얼굴이 불그락 푸르락 하고 있었다.

"x발.."

김준수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나는 그런 김준수를 뒤로하고 걸어갔다.

그런데 이상했다.

눈이 자꾸 감기고, 발이 무겁다.

나는 비틀거리며 길에 주저 앉았다.

뒤에서 김준수가 비틀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나는 모든 것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역시 남이 주는 음료는 함부로 받아 먹는 것이 아니었다.

김준수는 내가 쓰러진 자리 옆에 털석 주저 앉더니, 나지막하게 속삭이고 쓰러졌다.

"최태민.. 이세계에서 보자..."

어두운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다.

살려달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처음으로 공포감에 휩싸인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렇게 몸부림치며 나는 서서히 굳어갔다.

 

작가의 말

미스테리 창작소설 김준수였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태민이 이세계로 건너가 김준수과 김수연을 만났을까요? 아니면 그들의 꽃다운 인생은 김준수의 광기에 의해 그렇게 끝난 것일까요? 그 이후의 이야기는 과연 계속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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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공백 (자작 단편 소설)

[무서운 이야기] 공백 (자작 단편 소설)


공백 이미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다. 눈을 떴을 때는 내 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어제 파티에 갔었는데,,,"


잔뜩 취해서 갑자기 집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으로 돌아온 것은 생각 나는데,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든다. 파티 중간 즈음부터 기억이 끊겨 있다. 그리고 갑자기 집에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었는데,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하긴 이상한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우리 과에서 나는 딱히 친구가 없고 늘 혼자였다. 나를 파티에 초대할 친구는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 파티에 가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부터가 미스테리라고 할 수 있다.


"10 a.m..."


아무래도 오늘은 지각인 것 같다. 다행히 숙취는 없었다. 나는 서둘러 준비를 하고 학교로 출발했다. 




다행히 큰 꾸중은 듣지 않았다. 평소에 눈에 띄지 않는 데다가, 딱히 지각한 적도 없었고, 또 교수님께는 몸이 안 좋아서 늦었다고 말씀드렸더니 별 말 없이 넘어가 주셨다. 


점심시간이다. 난 평소처럼 혼자 학생 식당에서 밥을 먹고 손을 씻기 위해 화장실로 갔다.


"찰리, 스카프 멋진데?"


베티였다. 치어리더 팀의 주장인 그녀는 전형적인 나쁜 성격에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는 학교의 인기녀였다. 베티가 나에게 말을 건 것은 처음이었다. 


"고.. 고마워"


나는 얼떨결에 인사를 하고 거울을 확인했다. 


'내가 언제 스카프를 했지? 난 스카프가 없는데...'


잠시 의아했지만,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그냥 두기로 했다. 베티는 뭔가 말 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놀란 표정을 하고는 서둘러 강의실로 들어갔다.


(공백)




눈을 떴을 때는 휴게실이었다. 갑자기 너무 몸이 안 좋아져서 휴게실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다. 벌써 하교 시간이었다. 그리고 내 기억에는 또 하나의 공백이 자리 잡고 있음을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요즘 들어 이렇게 내 기억에는 공백이 존재한다. 내 기억의 공백을 눈치챈 것은 최근이었다. 어쩌면 내가 눈치채지 못한 더 오래 전부터 공백은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기억에 공백이 존재한다는 것을 눈치 챈 이유는 내가 하는 행동들 때문이다.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들.. 하지 못한 행동들.. 


파티에 간다 거나, 학교에 늦는다 거나, 수업에 빠지고 휴게실에 가는 것 등은 원래 나라면 상상도 못할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 행동들이 있는 곳에 기억의 공백이 있었던 것이다. 


"다중 인격"


집에 돌아온 나는 컴퓨터를 켜서 검색을 해 보았다. 자신이 다중 인격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뭐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내 기억의 공백의 원인을 알고 싶었다.


"알츠하이머"


설마 아니겠지 하면서도 한 번 검색해 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저녁 9시에 약속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샤워를 하고 약속 장소로 서둘러 가고 있었다. 축축히 젖은 스카프가 가을 바람을 만나 차갑게 부딪혔다.




"늦으면 안되는데..."


뭔가 진정할 수 없는 기분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리고 겨우 약속 장소에 도착 했을 때는 8 시 58분 이었다. 시계를 확인하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찍 왔네?"


그는 이미 장소에 나와 있었다.


(공백)


눈을 떴을 때는 내 방 침대 위였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다. 오늘은 아무래도 학교를 쉬어야 할 것 같다. 어제는 클럽에 가서...또 기억에 공백이 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분명 너무 취해서 집에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 왔는데, 클럽에 갔던 것은 기억나는데, 그 사이에 기억이 없다. 커피를 마셔야겠다. 나는 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은 채 커피숍으로 향했다. 오후 두 시였다. 


"아메리카노 샷 추가해 주세요."


나는 주문을 하고 계산을 하기 위해 주머니를 뒤졌다. 


'제레미 웨인'




주머니에는 '제레미 웨인' 이라고 적힌 종이가 있었다. 


"이건 뭐지? 왜 내 주머니에 들어있지?"


한참을 생각하며 그 종이 조각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제레미 웨인이라면 얼마 전에 우리 과에 편입한 남학생이다. 말이 없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지만, 말도 안되게 잘생긴 외모에 그의 주변에 풍기는 미스테리한 오오라 때문에 많은 여학생들이 속으로 좋아하는 인기남이다. 나랑 전혀 상관 없는 사람.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이라고...


"손님, 계산요?"


"아, 죄송합니다. 여기 있어요."


나는 당황하며 서둘러 계산을 하고 가게를 빠져 나오려고 했다.


"스카프가 예쁘네요."


이렇게 직원의 립 서비스를 받으며 서둘러 가게를 빠져 나왔다. 


다음날 아침, 나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학교에 갔다.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애들이 뭔가 계속 날 보며 수근 거리는 것 같다. 난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끼며 고개를 푹 숙이고 이어폰의 음악을 크게 틀었다.


"찰리.."


"찰리.."


"찰리!"


누군가 내 이어폰을 잡아당겨 빼면서 부르는 바람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베티였다.


"너 제레미랑 사귄다며?"


그녀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무슨 소리야? 걔랑 말 한 적도 없는데"


난 당황하며 말했다.


"같이 어제 아이비 클럽에 갔다고 소문 다 났어."


"누가 그래?"


"과 톡방에 너랑 제레미가 클럽에서 놀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어."


베티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범생이가 웬일이래? 아무튼 일 냈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제레미랑 나는 말도 섞어 본 적이 없는 사이인데, 사진이 찍혔다니... 그러고 보니 종이 조각에 적혀있는 제레미 웨인 이라는 글씨는 내 것이 맞다. 나는 그와 관련된 뭔가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음에 틀림 없다.


서둘러 스마트 폰으로 톡방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 사진은 이미 삭제 된 후였다. 그리고 나의 예상을 뒤엎고 사람들의 관심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그 날 하루는 조용하게 넘어갔다.


"찰리!"


하교 길에 누군가 나를 불렀다. 베티였다. 요즘 왜 이 아이가 자꾸 나에게 말을 거는지 모르겠다.


"집에 같이 가자."


나는 얼떨결에 베티와 함께 하교 하게 되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나는 집에 거의 다 와 갈 때 쯤, 베티에게 말했다. 베티의 파란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석양에 그녀의 금발 머리가 반짝이고 있었다.


'참 예쁜 아이다' 




그런 생각이 드는 찰나..


"제레미라면 그만 두는 게 좋아"


베티는 어렵게 입을 떼었다.


"무슨 소리야? 학교에서 얼굴 보는게 다인데,, 사진은 합성 같은게 틀림 없어. 애당초 왜 그런 합성 사진이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 왔는지 모르겠지만,,"


"그 사진, 내가 찍었어."


"뭐??"


"그 사진, 내가 찍었다구!"


뭐야.. 질투냐? 라는 생각이 스치면서도, 나는 혼란스러웠다. 정말로 내 기억 속에 제레미는 없다. 의아한 표정을 베티는 읽었는지 베티가 입을 떼었다.


"너 애나 알지?"


베티가 말했다. 애나 라면.. 지난 학기에 실종된 베티의 단짝 친구... 마약 중독에 빠졌다는 이야기도 있고, 알코올 중독이라는 이야기도 있는,, 어느 순간부터 아무도 언급하지 않게 된 치어리더 팀 전 리더였다.


"알지.. 걔 모르는 애가 어딨니?"


나는 되물었다. 뭔가 가슴속이 진정되지 않는다. 베티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애나는 내 베프였어. 같이 쇼핑도 가고, 점심도 먹고, 파티도 하고, 술도 마시고..."


베티는 계속해서 얘기 했다.


"걘 마약 중독자 같은거 아냐. 노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은근 겁이 많아서 선을 넘거나 하진 않아."


나는 계속해서 베티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내 생각엔 걔가 사라지기 몇 주 전부터 제레미를 만났던 것 같아."




"뭐??"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틀림 없어! 그리고 스카프... 애나도 어느 날부터 계속 스카프를 매고 있었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제레미는 뭔가 위험한 녀석인 것 같아. 너 수준에서는 사귀기 힘든 애가 다가와서 좋은건 이해 하는데, 정말 너 그만 두는게 좋아"


그렇게 말을 던지고, 베티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 날 저녁도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하지만 그 날은 그가 차로 집 앞까지 데리러 오기로 했다. 7시 까지 준비 해야 한다. 늦으면 그 사람이 화 낼지도 몰라. 나는 서둘러 준비를 하고 그를 기다렸다. 저녁 7시. 나는 문 밖에 나가 그를 기다렸다. 그는 제 시간에 도착했고, 나를 차에 태워 어디론가 가고 있다.


"제레미?"


나는 깜짝 놀라 그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그러나 그는 익숙한 듯 운전만 했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생각해보면, 왜 나는 제레미가 오늘 저녁에 나를 데리러 온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을까?


"귀찮은 사진이 찍혀서 밖에서는 만나지 않는게 좋겠어."


그는 무심하게 말했다. 나는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뭔가 말하면 안될 것 같은 생각에 가만히 있었다. 심장이 요동치는 것이 뭔가 진정이 되지 않는다.


(공백)


다음 날 아침, 난 내 방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어지럽다. 그리고 내 기억에는 또 하나의 공백이 생겼다. 어제 누군가 나를 데리러 왔다는 것 까지는 생각나는데...그의 집에 갔고.. 갑자기 피곤해져서 집에 가겠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는 누구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았다. 그날은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학교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베티를 찾아갔다. 


'그녀는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아!'


그렇게 확신을 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빠져나가는 기억의 조각들이 계속해서 나를 망가뜨리는 것 같다.


"베티!"


나는 베티를 불렀다.


"부탁할게 있어."


나는 베티에게 오늘 저녁에 함께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별로 친하지도 않고, 거절할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남은 카드는 베티 밖에 없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수업을 마치고 베티는 친구와 숙제를 해야 한다고 어머니께 전화를 하고 우리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얼마 전에 발견한 제레미 웨인이라는 이름이 적힌 종이 조각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기억의 공백에 관해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아무튼 제레미는 위험한 것 같으니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다. 저녁을 먹고 우리는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었다.


"근데 말이야, 찰리,,"


그때 베티가 입을 열었다.


"너 스카프를 왜 집에서 하고 있니? 답답하지 않아?"




"글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왜?"


"너 스카프 매일 바뀌는 것 같은데,, 그리고 최근에 항상 스카프를 착용하고 있잖아."


"그랬나..?"


뭔가 가슴이 요동친다. 머리가 아파온다.


"집에서는 풀지 그래?"


그녀는 내 스카프를 잡아 당기려고 했다.


"안돼!"


나는 소리를 지르며 그녀를 저지했다.


"이거 계속 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단 말야!!"


나의 갑작스러운 반응에 베티는 당황한 듯 했다. 그리고 이내 나에게 되물었다.


"누가 그랬어?"


머리가 아파온다.


"모르겠어,, 어쨌든 풀면 안돼"


나는 단호히 말했다. 나의 단호한 목소리에 내 자신도 놀랐다. 그 때, 베티는 뭔가를 결심한 듯 나에게 다가 오더니 스카프를 힘으로 풀려고 했다. 나는 미친 듯이 저항했지만, 베티는 운동 신경이 좋은 아이였고, 난 요즘 계속해서 무기력한 상태였다. 결국 내 스카프는 베티에 의해 풀어졌다.


"이게뭐야?!!"


베티는 놀라며 소리쳤다. 나는 스카프를 풀면 안된다는 생각에 당황하고 있었고, 베티는 내 손을 잡아 끌고 화장실로 가서 거울을 보여 주었다.


"이게 뭐야!"


난 너무나 충격적인 내 모습에 뒤로 넘어졌다. 내 목에 난 수많은 상처들.. 무엇보다도 선명한 송곳니에 물린 자국들. 내 목은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꽤 오래된 상처들이었고, 이미 곪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한참을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저녁 9시에 약속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세수를 하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베티는 그런 나를 어이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뭔가 결심한 듯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거기 119죠? 여기 피트거리 189 번지 인데요..."


얼마 되지 않아 엠뷸란스가 도착했고, 나는 병원으로 연행되고 있었다. 9시가 다가오자 더욱 더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나는 엠뷸란스 안에서 미친 듯이 날뛰었고, 결국 진정제를 맞고 잠이 들었다. 




눈을 떠 보니 병원이었다. 목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고, 옆에는 베티가 잠들어 있었다. 밤 10시 50분 이었다. 이미 9시 약속은 나갈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분명 9시에 약속이 있었다. 그 사람이 나를 데리러 오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다. 그게 가능한 일일까? 분명 베티가 아니었다면 내일 아침 내 방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또 하나의 기억의 공백이 생겼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제레미 웨인.. 나의 사라진 기억 속에는 분명 그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 목에 난 흉터들, 사라진 기억들, 요즘 들어 계속 어지럽고 힘이 없는 이유..


"제레미는 도대체 뭘까?"


적어도 그는 내 기억을 삭제하고, 내 목에 상처를 냈다. 그리고 스카프를 하게 해서 그 상처를 감추도록 나를 조종했다. 어쩌면 그는 초능력자나 뱀파이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일 동안 학교에 빠지게 되었다. 몸이 완전히 회복될 때 까지 학교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의사가 말하기를 내 몸의 헤모글로빈 지수가 너무 낮아져 있어서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은 기억에 구멍이 없다. 종종 베티가 찾아 왔지만, 몇 주 전부터 발걸음이 끊겼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몸이 서서히 회복되었고, 학교에 돌아갈 수 있었다. 베티가 있었다. 여전히 예뻤다. 예쁜 스카프 색깔이 그녀의 얼굴 색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제레미 웨인에 대해서는 둘 다 서로 언급하지 않았다. 나는 내심 안도하면서 원래 나의 생활, 언제나 혼자인 생활로 돌아갔고, 몇 주 후 베티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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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포네 - 8장(계약 성립) :: 그리스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 페르세포네


8장 계약 성립


데베테르 이미지


한편 저승에서 소녀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하데스는 반년이나 지났는데 소녀로부터 소식이 없어서 초조해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족소녀가 그의 명령을 수행하지 않고 도망갔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제우스가 그의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하는 마족소녀를 아마 죽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녀가 돌아오지 않은 것은 당연히 생각하고 안이하게 대처한 것은 그의 실수였다.


'그 아이가 날 배신할 줄이야' 


하데스의 입장에서 자신의 말에 한 번도 거역한 적 없었던 마족소녀의 배신은 충격이었다. 


'나중에 찾아내서 처단 해야겠군' 


하데스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저승을 나서고 있었다. 


그에게는 지금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데메테르를 찾아가는 것은 그에게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소녀의 얼굴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굶어 죽어가던 소녀에게 생기를 줬던 저승의 석류가 지금 쯤 그녀의 생명 에너지를 갉아먹고 있을 것이었다. 시간이 없다. 소녀가 인간이었다면 하루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몇 달을 고민하던 하데스는 결국 데메테르를 찾아가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소녀를 다시 만날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다가도 자신을 미워하는 소녀를 생각하면 마음이 천 갈래로 찢어지는 것 같았다. 황홀하고도 아픈 사랑이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까,, 무슨 선물을 주어야 소녀의 마음이 풀어질까 따위를 생각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데메테르의 영역이었다.


데메테르 신전에 발을 내 딛었을 때, 역시 그의 예상대로 죽음의 그림자가 깊이 깔려 있음을 알았고, 슬프고도 차갑고 무거운 공기가 느껴졌다. 땅은 얼어 붙어가고 있었고, 신전 안에는 슬픔에 빠진 어머니와 죽음에 지배 당하고 있는 그녀의 딸, 페르세포네가 있었다.


데메테르가 자신의 신전에 들어온 하데스의 존재를 눈치 챘을 때, 그녀는 모든 것이 이미 잘못되어 있었음을 눈치 채고 말았다. 하지만 지나간 일을 이미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데메테르는 주변의 모든 시종들을 물렸고, 하데스와 단 둘이 되었을 때, 먼저 그의 말부터 들어 보기로 했다.


“이것은 질 나쁜 장난인가요?”




그녀는 최대한 감정을 배제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데메테르님,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데스도 최대한 공손함을 유지하며 말했다.


그는 소녀에게 첫 눈에 반한 사실과 그의 충동적인 행동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그는 진심으로 소녀 페르세포네를 사랑하고, 정식으로 청혼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데메테르는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그녀의 딸이 이미 저승에 속해 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을 끝까지 들을 수밖에 없었다. 


“반년입니다”


하데스는 말을 이었다.


“일 년 중 반년만 명계에 데려가겠습니다. 나머지 반년은 데메테르님과 함께 보낼 수 있도록 약속하겠습니다.”


데메테르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이것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최상의 계약 조건임을 알고 있었다. 거기에 하데스는 거부하기 힘든 마지막 조건을 내걸었다.


“또한 페르세포네님은 저와 동등한 지위로 명계를 다스리는 여왕이 될 것입니다.”


이것으로 계약은 성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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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포네 - 7장(죽음의 그림자) :: 그리스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 

페르세포네 



7장 죽음의 그림자


그 어느 때 보다 아름다운 날이었다. 딸을 되찾은 데메테르는 얼어붙은 땅을 녹였고, 다시 아름다운 꽃들과 곡식들도 생기를 되찾아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했다. 데메테르는 딸을 다시 찾은 행복에 행복하기만 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석류를 먹은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고 그 마족 소녀와 하데스 말고는 자신이 저승의 음식을 먹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이대로 있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저승의 음식을 먹은 자는 저승을 떠날 수 없다는 불문율이 마음에 걸렸지만, 행복해 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또 다른 근심을 끼쳐 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하데스에게서도 아무런 소식도 없다는 것은 그가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미 저승을 떠난 지 이미 반년 훨씬 지나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저승의 그림자가 소녀를 덮치는 일은 없을 듯 했다.


페르세포네 아픈 이미지


그날은 소녀가 집으로 돌아온 후 처음으로 어머니와 함께 산책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아름다운 들판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어서 너무 나도 설레었다. 햇살이 따뜻하고 꽃들은 여전히 아름다웠다자신이 납치 당하기 전에 보았던 아름다운 풍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어서 감격스럽기 까지 했다. 지금도 마치 그때의 땅의 떨림이 느껴지는 듯하다. 좋지 않았던 기억인 지라 떨쳐 버리고 꽃을 꺾으며 걷고 있었다.


너무 오랜만에 보는 태양이라 조금은 평소보다 더 뜨겁게 느껴졌지만, 어머니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오랫동안 계속해서 산책을 했다. 목이 마르고 체온이 점점 올라가는 듯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데메테르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안색이 안 좋구나” 

아니에요. 즐겁기만 한걸요.” 

소녀는 이렇게 대답하고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 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눈을 떴을 때는 어머니의 걱정스러운 눈빛이 소녀를 맞아 주었다


물을 좀 마시렴” 

데메테르는 소녀에게 말했다


소녀는 별로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물을 마시면 조금 더위가 가실 것 같아 물을 한 모금 삼켰다그때, 갑자기 소녀는 심한 어지러움을 느끼며 마신 물을 토해 버렸다. 물을 마실 수 없었다. 시녀들이 가져다 준 음식도 하나도 입에 댈 수 없었다. 그녀는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죽음의 그림자가 소녀에게로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소녀는 야위어갔고, 데메테르는 제우스를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기 이르렀다. 그러나 제우스는 더 이상 이 모녀의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바쁘다는 핑계로 자리를 떠났고, 데메테르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렇게 슬픔이 온 땅에 가득한 나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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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포네 - 6장(갈등) :: 그리스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

페르세포네 



6장 갈등


마족 소녀는 소녀를 지상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명령 받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두려움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있었다. 300년 만에 지상 구경을 하는 것은 매우 설레는 일이었다. 너무 오래전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뭔가 즐거웠던 것 같다. 하지만 마냥 설레기만 할 수는 없는 것이 지상까지 가는 길은 제우스와 함께해야 하고, 무척 이나 화가나 있을 소녀의 어머니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도 적지 않게 불편했다. 소녀의 어머니가 신족이라는 사실은 이 마족 소녀도 잘 알고 있었다. 데메테르는 신족 중에서는 온화한 편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조금 위안이 되었지만, 하데스에게 매우 어려운 명령을 지시 받았기 때문에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소녀가 저승 음식을 먹었다는 사실을 데메테르에게 알려야 하는 것이었다. 제우스가 있는 앞에서,,, 


소멸 당할지도 몰라..’ 

마족 소녀는 속으로 생각하고는 몸을 떨었다


말하는 순간 분노한 신족 둘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차라리 도망갈까‘ 

하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데스의 명령은 마족 소녀에게 절대적이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하데스를 섬기면서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했지만, 역시 분노할 신족 둘을 감당하는 것은 무서웠다. 명령을 어기고 도망가면 하데스의 손에 죽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도망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하데스의 손에 죽는다면 자신이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  왜냐하면 그는 그녀에게는 첫사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그녀는 소녀가 하데스와 결혼한다는 사실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저승을 동등한 권리로 다스리게 해 준다니..’ 

그렇게 생각하니 무엇인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제우스의 손에 죽을지, 데메테르의 손에 죽을지 하데스의 손에 죽을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거의 결정했을 때, 그들은 이미 데메테르의 영역에 도착해 있었다. 모녀는 기쁨과 감격에 벅차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고 있었다. 제우스도 이제 할 일을 다 했으니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마족 소녀는 자신의 판단이 옳은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녀가 망설이는 동안 제우스는 올림푸스로 돌아갔고, 모녀는 여전히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전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나지막하게 말하며 님프의 숲으로 향했다


'도망치자' 

그것이 그녀의 결론이었다


도망치는 마족 소녀 이미지


이미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어 버렸다. 마족소녀는 300년 전 처음 지상에 나왔을 때,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마음씨 좋은 님프 할머니를 무작정 찾아가고 있었다


살아계시면 좋겠는데,,,” 

그렇게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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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포네 - 5장(석류) :: 그리스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 

페르세포네 


5장 석류

 

그는 급하게 방문을 열었다. 그녀를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이 그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소녀는 깜짝 놀랐다. 드디어 그와 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기뻤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깊게 생각할 힘이 그녀에게 남아있지 않았다. 40 일이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버텨온 것이,, 소녀는 이미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두 눈에는 빛이 사라지고 있었고, 상당히 야위어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하데스는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자신의 감정 만을 생각하느라 소녀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소녀의 시중을 들고 있던 마족 소녀도 딱히 보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던 모양이었다. 순간 하데스는 벼랑 끝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의 아내가 되어 주십시오.” 




모든 감정들이 섞여서 나온 그의 첫 마디는 뜻밖 이였다. 그의 한마디에 소녀와 하데스는 둘 다 당황했다.


싫습니다. 어머니에게 보내 주세요.” 

소녀는 고집스럽게 말했다.

나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하면 어머니와 만날 수 있게 해주겠습니다.

“...”

나와 동등한 권리로 명계(저승)를 다스릴 권한을 주겠습니다.”

“,,,”


소녀는 생각했다. 생각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배고픔은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계속해서 수많은 약속을 해 대는 하데스의 말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다


'어머니를 만나야 해!' 

그 생각만이 들었다.


어머니를 만나게 해 줄 건가요?”

소녀는 물었다.

약속 드리죠.” 

하데스는 대답했다

대신,,”

하데스는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

결혼하겠다는 증표로 이것을 드시죠.


석류 이미지


새빨간 석류 열매였다. 이것을 먹는다면 저승을 떠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열매는 너무 나도 빨갛고 탐스러웠다. 너무 오랫동안 굶었다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석류 한 알을 입에 넣었다. 달콤한 맛과 향이 입안에 퍼지더니 얼굴에 생기가 돌아왔다.

소녀는 한 알을 더 입에 넣었다. 푸석해진 머리카락에 윤기가 생겼다. 소녀가 알을 더 먹자 그녀의 눈에 빛이 돌아왔고, 이내 음식을 먹은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날 속였어요” 

소녀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하데스에게 말했다.

약속은 지켜 드리. 3일 뒤에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 

복잡한 미소를 뒤로 한 채 하데스는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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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포네 - 4장(하데스 vs 제우스) :: 그리스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 페르세포네 


4장 하데스 VS 제우스

 

편지를 통해 딸의 소식을 전해 듣게 된 데메테르는 곧바로 올림푸스산에 올라가 제우스에게 부탁했다


당신의 남동생 하데스가 납치한 제 딸을 돌려주세요


빠르게 얼어가는 땅의 식물과 곡식들 때문에 인간 세상이 어지러워져서 골치가 아파왔던 터라 제우스는 그녀의 말을 들어주기 했다제우스는 그 길로 하데스를 찾아갔다


네가 데메테르의 딸을 잡아갔구나, 그 때문에 인간 세상은 패닉에 빠졌어


하데스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녀가 데메테르의 딸이었습니까?”

아니, 그것도 모르고 납치했단 말이냐, 이유가 어찌 됐든 그녀를 다시 데려가기 위해 왔다.”

제우스가 귀찮은 듯 말했다.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하데스의 의외의 강경함에 제우스는 조금 놀랐다. 하지만 이내 더 강압적으로 말을 이었다.


더 이상 귀찮은 일이 생겨서는 곤란하니, 소녀를 데려 가겠다. 더 이상 고집 부리면 힘으로 데려 가겠다.”


어디 한번 데려가 보시죠.” 

하데스는 단호히 말을 이었다

저승과의 전쟁을 염두 하셔야 할 겁니다.”


하데스


처음이었다. 남동생인 하데스가 이토록 그에게 단호하게 반항했던 것은,, 애초에 관할 영역을 나눌 때도, 아무도 맡고 싶지 않았던 저승으로 순순히 물러갔던 남동생이었다. 그런 그가 그 소녀 한 명을 양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번거로운 일이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저승과의 전면전은 아무래도 곤란했고, 처음으로 고집 부리는 남동생의 반항에 당황한 제우스는 일단 물러나기로 했다

“3일이다.” 

제우스가 말했다

“3일 후에 다시 올 테니 잘 생각해보고 현명한 판단을 하기 바란다."




저승과의 전면전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군..“ 

제우스는 이렇게 혼잣말을 하고 일단 저승에서 물러났다.


제우스가 떠난 후 하데스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가 제우스의 명령을 끝까지 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녀를 이대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아직 그녀와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대화조차 없었다. 어떻게 할지 몰라 시간을 낭비한 것이었다. 이제 그녀를 뺏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데스는 조급해졌다. 그는 서둘러 소녀가 있는 방으로 찾아가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른다. 조급한 마음에 그녀가 있는 방으로 무작정 찾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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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포네 - 3장(에로스) :: 그리스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이야기] 페르세포네


3에로스

 

한편 딸을 잃어버린 데메테르는 큰 슬픔에 빠져 있었다. 사방으로 수소문 해보았으나 딸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슬픔과 분노를 이길 수 없는 데메테르는 그녀의 딸이 사라진 인간계를 미워하여 땅이 얼어붙어 곡식과 꽃들이 자라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일이 커지게 되자 하데스에게 화살을 쏜 장본인인 에로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신족의 왕인 제우스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듯하며, 이 일이 언젠가는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어머니 아프로디테는 인간 세상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했다. 혼자서 끙끙 앓던 에로스는 하데스가 있는 저승으로 몰래 내려가 보기로 결심했다. 물론 하데스를 상대할 자신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몰래 소녀의 상태를 정탐 하러 가는 것이었다. 들키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귀찮지만 자신이 저지른 일이니 사태가 더 커지기 전에 수습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하여 에로스는 몸소 저승에 숨어들게 되었다. 처음 와보는 곳은 아니었다. 다만 이곳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땅 속에 묻혀있는 보석들 말고는 지하 세계는 아름다움이란 존재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 또한 그의 어머니 아프로디테의 피를 물려받아 아름답지 않은 것을 썩 좋아하지는 않았다. 다만 자신과 관계없는 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주변과 별 문제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화살을 맞추며 그들이 사랑에 빠지고 행복해지거나 불행해지는 것을 보며 따분함을 달래는 것이 일상인데, 이번 저승으로의 잠행은 단지 귀찮은 일이 일어날 것을 사전에 예방하고 하루 빨리 빈둥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벌인 일이었다.


그가 소녀의 방에 숨어 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단지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었다소녀를 다시 데리고 가면 하데스에게 보복을 당할 것이고,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머뭇거리고 있는 하데스에게 소녀가 말을 걸었다.


이 편지를 어머니께 전해 주세요


편지


편지를 전해주는 소녀의 손은 많이 야위어있었다음식을 일절 먹지 않은 모양이었다. 측은한 마음이 들었지만, 사실 이대로 소녀가 굶어 죽는다면 일이 더 커질 것이라는 걱정이 앞섰다. 뾰족한 수 없이 그는 소녀의 편지를 가지고 지상으로 빠져 나왔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편지를 자신이 전해주게 되면 자신의 잘못임이 밝혀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일이 더 커질지도 모른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그는 몰래 그 편지를 데메테르에게 전달하기로 했다이 결정을 하게 된 데는 양심의 가책이 한 몫을 한 것이기도 했다. 그렇게 소녀의 편지는 어머니인 데메테르에게 전달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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