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 창작 소설] 김준수

[미스테리 창작 소설] 김준수

이세계가 존재한다고 믿는가?

김준수 프롤로그 1

그러니까 지금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세계 말이다.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이세계의 존재.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녀석, 김준수가 이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준수.. 원래는 참 존재감이 없는 녀석이었는데, 어느날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했다가 돌아와서는, 사람이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 조금 이상해졌다.

그러니까 눈빛, 눈빛이 변했다고 해야할까? 나를 보는 눈빛에 그 어떤 비굴함이나 과도한 친절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위에서부터 깔보는 느낌이 들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그런 눈빛으로 보는 사람은 여태껏 없었기 때문에, 조금은 흥미가 생겨 몇주 전부터 계속 그 친구에게 눈길이 가게되었다.

김준수 프롤로그 2

나는 소위 말하는 금수저, 게다가 성적도, 외모도, 인기도, 그리고 운동신경도 뛰어난 다 가진 사람에 속한다.

"야~ 차태민~ 뭐하냐?"

다른 친구가 나를 부르는 바람에, 우리 둘의 대화는 끊겼지만, 김준수의 말이 사실인지의 여부를 떠나, 앞으로 그 녀석이 무슨 이야기를 늘어놓을까에 흥미가 있다.

 

 

"야~ 너 먼저가라"

나는 원래 함께 다니던 친구를 먼저 보내고, 김준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했던 얘기나 마저 해봐, 소설 듣는 것같아서 재미있네."

비웃을 의도는 없었다.

그냥 순수하게 김준수라는 인물에 흥미가 있을 뿐이다.

"근데, 김준수, 요즘은 알바 안하냐? 매일 알바하느라 학교 마치면 바로 사라지지 않았냐?"

그렇다.

김준수의 존재감이 옅은 이유는, 학교에서 잠만 자고, 마치면 바로 어디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소문에 부모님의 빚때문에 알바를 하루에 4~5개씩은 한다고 얼핏 들었던 것 같다.

"뭐, 사고 전에는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은 관뒀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바로 이거다.

예전의 김준수는 멀리서만 봐도 뭔가 필사적이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식의 이 태도.

위화감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사람이 죽을 뻔하게 되면, 이렇게 달라지나 싶기도 하다.

이유야 어떻든, 나는 김준수에게 아주 강한 흥미를 느끼는 것임에 틀림 없다.

그래서 그녀석의 말을 믿어주는척, 들어주는척 하면서, 나는 김준수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김준수, 니가 말했던 이세계 라는 거, 진짜 봤냐?"

김준수 프롤로그 3

"뭐, 그렇지.. 어차피 니가 안믿는거 알지만.. 아~ 내가 왜 이 얘기를 너한테 하는지 모르겠다. 뭐 미안한 것도 있고.."

김준수는 이렇게 가끔 이상한 말을 한다.

이녀석이 나한테 미안한 일이란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애초에 김준수와 전혀 얽힌적도 없었고, 이렇게 대화를 나누게 된 것도, 이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에 일어난 일이니..

"뭐 전생에 나한테 죄라도 지었냐?"

나는 김준수에게 물었다.

 

 

"뭐, 그렇다고 해두자"

김준수는 이렇게 이상하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뒤따라 가면서 계속 물었다.

"너, 사고 후에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소문이 한동안 있었는데, 그렇게 쇼크냐? 죽을뻔하면?"

갑자기 녀석이 발걸음을 멈춰 섰다.

"그래, 상상도 못할거다"

이렇게 말하고는 가던 길을 갔다.

 

다음날, 김준수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그렇게 김준수는 1달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신경이 쓰였던 나는, 오늘 방과후 김준수의 집으로 가 보기로 했다.

"분명 여기 어디라고 했는데..."

달동네 같은 곳으로 들어선 나는, 김준수의 주소를 들고 헤매고 있었다.

"차태민?"

김준수의 목소리였다.

늘어진 추리닝에 슬리퍼를 끌고 손에는 검은 비닐봉투를 들고 있는 김준수가 보였다.

"니가 여긴 왜..?"

의아해 하는 김준수가 물었다.

"학교에 안나오길래, 무슨 일이 있나 해서 와봤지."

나는 쑥쑥하게 대답했다.

"학교는 왜 안오냐?"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김준수에게 물어 보았다.

"뭐.. 돈도 없고, 학교에 다닐 이유도 없어서.. 그만 두려고"

김준수는 하늘을 보면서 말했다.

"그래? 돈 없는거면, 내가 내줄까?"

나는 김준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김준수는 약간 놀란 듯한 얼굴이었으나, 이내 무표정으로,

"그냥 돈으로 주는게 나을듯, 얼마나 주려고?"

라고 되받아쳤다.

"뭐, 얼마든지. ...전에 말했던 이세계 얘기를 자세히 해 준다면"

내가 왜 이렇게 말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에게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좋아, 어떤게 궁금한데?"

"대박~ 해주는거?"

나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김준수가 소설을 쓰든, 거짓말을 하든, 사실 상관 없었다.

나는 뭔가 지루하지 않을 거리를 찾고 있었다.

"이세계 라는거.. 설마 무슨 마법사 같은것도 있는거야?"

나는 김준수를 재촉하며 물었다.

"아니.."

김준수는 대답했다.

"그런건 없어. 그냥 우리가 사는 세계랑 똑같아. 단지..."

김준수는 말을 이었다.

 

 

"사람도 똑같고, 주변 환경도 똑같은데, 운이 다르다고 해야하나?"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이해가 안되어서 물었다.

"너 말이야.."

김준수는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도 이세계에 있었어."

역시 흥미롭다. 김준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도플갱어 같은 거야?"

나는 되물었다.

"그건 잘 모르겠어. 나도 이세계는 처음이니까"

나는 김준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희미한 웃음이 비쳤다.

약간은 깔보는 듯한, 그런 웃음.

너무 잠시동안 비친 웃음이라, 내가 잘못 보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세계의 나는 어떤 사람인데?"

문득 궁금해진 나는 김준수에게 물었다.

"별로.. 눈에 안띄는 녀석"

싱거운 답변이 돌아와서, 약간은 실망했다.

"잠깐.. 사람도 다 똑같다고 하면, 우리반 애들도 다 있는거야?"

나는 다른 흥미로운 주제를 찾기 위해, 물었다.

"그렇지 뭐.."

김준수는 눈알을 굴리더니 대답했다.

"김수연 있잖아?"

"김수연?"

나는 바로 누군지 떠오르지 않아서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아~ 여자애들한테 따돌림 당하는 애?"

"흠~ 여기서는 그렇구나~"

김준수가 말을 이었다.

"어쩐지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 했어."

"걔가 왜?"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답을 재촉했다.

"김수연, 이세계에서는 완전 여신이다~ 또 인기도 엄청 많았어~ 무엇보다.."

김준수가 어쩐지 흥분하며 말을 하려다, 멈췄다.

"암튼, 여기랑은 완전 딴판임"

김준수가 뭔가 말하려다 만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캐묻는 것도 귀찮고 해서, 그냥 넘기기로 했다.

"내일은 학교에 갈게"

김준수가 의외의 말을 했다.

"변덕스러운 놈.."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김준수는 약속대로 학교에 나왔다.

선생님은, 사고 후유증 때문이겠거니 하고 넘기는 것 같고, 다른 애들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했다.

방과 후, 나는 김준수와 함께 집으로 가기 위해 김준수를 찾았다.

"야~ 집에 가자."

"너 학원은 이제 안가냐?"

김준수가 말했다.

"뭐, 이세계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고.. 학원은 몇일 빠진다고 큰일나는 것도 아니고..."

"미안한데.."

김준수가 내 말을 가로 막았다.

"나 김수연이랑 같이 집에 가려고"

"김수연이랑? 뭐냐~ 너..설마 김수연 때문에 학교 온거냐?"

아싸였던 김준수와 은따인 김수연이 어쩌면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왜 김수연일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어제 말했던 이세계의 다른 김수연과 관련 있는건가?

그렇다면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나는 그 둘 사이에 끼기로 했다.

"나도 같이 가자!"

잠시 김준수의 얼굴에 짜증이 비쳤다가 사라졌다.

"뭐, 물주가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지"

김준수는 포기한듯 말했다.

 

이렇게 나 차태민, 김준수, 그리고 김수연은 꾸준히 어울리기 시작했다.

여자인 김수연이 멤버에 들어온 탓에, 여친인 강지수가 가끔씩 볼멘소리를 했지만 무시했다.

나는 김수연에게 전혀 마음이 없었고, 김수연이 우리 사이에 낀 것은 김준수가 계속 김수연을 부르기 때문이었다.

김수연도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했지만 어차피 친구가 없었던 탓도 있기 때문인지 언젠가부터 셋이 다니는 것을 싫어하지 않게 된 것 같다.

여친의 잔소리 때문에 4명이 모이면 안될까도 생각했지만,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강지수는 김준수나 김수연 같은 애들과는 어울리고 싶지 않다고 한다.

지수의 잔소리가 심하기도 하고, 김수연에 대한 여자 애들의 괴롭힘이 심해지기도 하는 것 같아서, 한번씩은 여친을 달래주기 위해 셋이서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 셋은 정기적으로 만나서 놀았다.

단순히 물주 취급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상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김준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즐거웠다.

김수연도 처음에는 김준수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지금은 꽤 익숙해진 모양이다.

 

셋이 만나면 우리는 항상 김준수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이세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금까지의 김준수의 말을 요약하면, 평행 우주와 같은 이세계가 존재하는데, 그 세계도 지금의 세계와 다르지 않다는 것.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의 세계에서 많이 가진 사람은, 이세계에서는 적게 가졌고, 지금의 세계에서 운이  좋은 사람은, 이세계에서는 아주 운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이다.

선생님과 학생 사이는 다름이 없고, 부모도 같은 사람이지만, 부모의 재산이나, 자신의 학력, 선생님의 인성이나 능력등이 완전히 반대이며, 지금의 세계에서 착한 사람은 이세계에서는 악하다고 한다.

어떻게 그런 세계가 성립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준수가 자신의 환경을 비관하여 만들어낸 상상 속의 세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루는 우리 셋이서 학교에 오래 남아 있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이래뵈도 학생회장이어서, 위원회의 때문에 오래 남아 있었고, 김준수와 김수연은 교실에서 둘이 이야기를 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김준수, 니 말대로 그런 세계가 있다면, 그 세계에서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있어. 내가 그 세계에서 왔어."

"그래.. 그랬지 ㅎㅎㅎ"

"난 지금 그 세계로 다시 돌아가는 방법을 찾고 있어.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너도 같이 가자."

"그래 주면 고맙지. 나도 지금의 세계라면 지겨워 죽겠거든."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학급회의가 끝나고 교실로 돌아가니, 둘이서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온 것이다.

"근데, 이세계로 가려면, 죽어야 하는거 아냐?"

 

 

나는 무심하게 말하면서 교실로 들어왔다.

김준수는 나를 한 번 보더니 약간 짜증이 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이내,

"그럴지도,, 나도 사고를 당해서 여기에 오게 되었으니까"

라고 말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하하,, 뭐야~ 이거 위험한 거 아냐?"

김수연이 멋적게 웃더니 말했다.

우리는 그날도 이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우리 셋은 김준수의 말이 사실인양 그 대화에 참여하고 있었다.

물론 김준수의 이세계가 어쩌고 하는 말은 다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김준수가 너무 잘 만들어 놓은 세계인 것이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정말 현실에 존재하는 세계같이 들리기도 한다.

이렇게 무의미한 공상 속의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시간을 보냈다.

 

한 날은 김준수가 수업 도중에 갑자기 가방을 챙겨 나가는 것이었다.

나는 선생님께 김준수를 데려오겠다고 말씀드리고 김준수를 따라 나왔다.

김준수는 어디론가 급히 가는 모양이었다.

"야~! 김준수! 너 어디가냐? 쌤한테 아무 말도 없이.."

나는 당황하며 김준수에게 말했다.

"수연이가 안왔잖아"

김준수가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김수연이 학교에 안왔나?

나는 김준수를 따라 가고 싶었지만, 학교를 그대로 나올 수 없었기 때문에, 다시 돌아왔다.

김준수와 김수연은 다음 날에도 학교에 오지 않았다.

나는 학교가 끝나자 마자 김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준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준수가 학교에 안온지 1달이 다 되어갔다.

그 즈음이었다.

선생님으로부터 김수연의 '사고' 소식을 들은 것은.

그건 그렇고, 김준수는 왜 안오는 것일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던가?

김준수에 대한 흥미도 살짝 떨어져가고 있을 때 즈음, 김준수가 학교에 왔다.

그것도 한참 수업 중에.

김준수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거지 같았다. 

그런 꼴을 보니, 김준수에 대한 흥미도 확 떨어지는 것 같았다.

김준수는 성큼 성큼 교실에 들어오더니, 강지수 책상 앞에 서서 한참을 노려보다가, 유성 매직팬으로 '살인자' 라고 적고는 그냥 가버렸다. 

나는 김준수를 따라가려다, 왠지 귀찮아져서 자리에 않았다.

그런데, 내 여친이 살인자라니?

나는 지수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지수는 얼굴이 새파래져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화가 난건지, 무서운건지 모르겠는 얼굴을 하고 있다.

쉬는 시간에 나는 강지수에게 다가갔다.

"야 강지수, 너 김수연 죽였냐?"

나는 무심하게 물어 보았다.

"...닥쳐"

강지수의 날카로운 대답이 돌아왔다.

지수의 반응이 흥미로워서 좀 더 찔러 보았다.

"그동안 너 김수연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잖아? 그래서 죽인거야?"

강지수는 나를 무섭게 노려보더니, 몸이 안좋다면서 양호실에 갔다.

수업이 시작되었고, 나는 그 사건을 크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무엇보다 눈 앞에 닥친 시험에 정신이 팔려,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강지수는 몇일 동안 결석했다.

몸이 좋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여친인지라, 시험이 끝나고 전화를 해보았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뭔가 단단히 화가 난 듯하다.

조금은 풀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선물을 사서 지수네 집으로 찾아갔다.

지수의 어머니가 문을 열어 주셨다.

"지수야~ 나 왔어!"

나는 지수의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지수는 좀 야윈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자, 조금 불쌍한 것 같다.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김준수 말에 너무 신경 쓰지마"

지수는 나를 올려다 보았다.

"뭐,, 그녀석 망상도 있고,, 아무튼 제정신이 아닌 놈이니까, 이상한 말에 휘둘릴 것 없어"

나는 말을 이었다.

"뭐 설령, 니가 죽였다고 해도, 증거도 없을 뿐더러, 미성년자니까 큰일이야 있겠어? 니네 아버지가 손 써주시겠지"

나는 나름대로 지수를 위로할 생각이었다.

 

 

"뭐래~ 나 안죽였어"

지수는 나를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지수는 그동안 김수연이 마음에 안들었던건 사실이지만, 딱히 죽일 정도로 싫어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김수연이 나랑 어울려 다니는 것이 마음에 안들어서 좀 괴롭히긴 했지만, 그게 김수연 사고와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다.

"니가 괴롭혀서 자살한 거 아냐?"

나는 실실 웃으며 말했다.

강지수의 표정이 굳었다.

"아이~씨X, 안그래도 X나 찝찝한데.. 재수없게 그런 소리 하지마라"

강지수는 그렇게 말하며 TV를 켰다.

예능 몰아보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문득 김수연이 왜 죽었는지 궁금해졌다.

김준수는 왜 강지수에게 살인자라고 했던 걸까?

원래 망상에 빠져사는 녀석이지만, 그 때 김준수의 표정은 꽤나 강렬했다.

나는 발걸음을 옮겨 김준수가 사는 동네로 가고 있었다.

그러나 김준수의 집에 찾아가도 아무도 없었고, 포기하고 돌아가려는 순간, 김준수를 만났다.

김준수 집 앞 놀이터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는 김준수를 발견한 것이다.

"김준수, 오랜만이다"

나는 반갑게 인사를 했다.

김준수를 보는 것이 조금 반가운 것은 사실이었다.

예전만큼 흥미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다.

"살아 있었네?"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나는 말을 이었다.

"..이젠 학교는 안오는거야?"

김준수는 말이 없다.

김준수를 자극할만한 소재가 필요했다.

"강지수, 김수연 안죽였대"

김준수가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직접 물어봤어"

나는 김준수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알고 있어"

김준수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럼 왜 그 떄, 강지수한테 살인자라고 한거야?"

나는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김준수의 얼굴이 약간 구겨지더니,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난 수연이 말대로 했을 뿐이야"

역시 재미있다.

이런 무미건조하고도 참신한 김준수의 반응은.

김준수를 만나러 오기 잘한 것 같다.

"뭐야, 김수연이 죽기 전에 유언이라도 남겼냐?"

나는 실실 웃으며 말했다.

"...뭐, 그런 셈이지"

김준수는 자신이 마시고 있던 맥주캔을 나에게 내밀었다.

"김준수, 양아치 다 됐네~"

나는 김준수가 먹던 맥주라 좀 찝찝했지만, 김준수와 좀 더 이야기 하기 위해 받아 마셨다.

"이러지 말고, 편의점 가서 몇 캔 더 사오던지"

나는 이야기가 길어질 것을 예상하고, 말했다.

"이거 다 마시면 가자"

김준수가 말했다.

"그래서? 김수연이 죽기 전에, 뭐라고 했는데?"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알 것 없어."

김준수가 무심하게 대답한다.

아무래도 김준수는 김수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나는, 김준수를 조금 더 자극해 보기로 했다.

"니가 죽였냐?"

나는 가늘게 눈을 뜨고 김준수를 보았다.

김준수는 조금 놀란 것 같지만, 이내 무표정으로

"궁금하냐?"

 라고 말한다.

 

 

"니가 김수연한테 이세계 이야기 하면서, 죽으면 갈 수 있다고 했잖아~"

나는 조금 더 김준수를 건드려 보기로 했다.

"이세계에서 김수연은 훨씬 행복하다고, 니가 그렇게 말해서 죽은 거 아냐?"

"...하.."

김준수는 갑자기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

"김수연이 선택한거야"

김준수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고민하고 있었는데, 니 여친님 때문에, 선택이 쉬워졌다고 말하더라"

나는 약간 실망했다.

나는 조금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진짜 죽으면 이세계에 갈 수 있는건 확실한거야?"

나는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죽어 봐야 아는거겠지..."

김준수가 말끝을 흐렸다.

처음으로 김준수는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죽어서 여기 왔으니까, 여기서 죽으면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김준수의 눈빛이 강하게 떨린다.

갑자기 김준수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나한테 물어보냐?.. 아~피곤해졌다. 맥주는 다음에 하자. 나는 집에 간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술도 많이 안마셨는데, 벌써 취한 느낌이 들어 피곤해지기도 했고, 더 있어봐야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을 것 같았다.

"근데..."

그 때 김준수가 입을 열었다.

"최태민, 김수연은 이세계에서 훨씬 행복했는데, 너는 어땠을것 같냐?"

"...눈에 띄지 않았다며..?"

나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약간 놀라서 말했다.

"...X나 진따같은 x끼였어~"

김준수는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세계에서 x나 귀여워 해줬는데...ㅎㅎㅎ"

그래, 이 눈빛이다.

나를 위에서부터 깔보는 듯한 그 눈빛.

"그런데 그거 알아?"

나는 김준수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지금은 니가 x나 진따같은 x끼야.."

나는 살짝 기분이 상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니가 x나 진따같은 x끼니까... 그런 망상에 빠진거지"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준수를 쳐다봤다.

"김수연, 니가 죽인 거야, 이 살인자 x끼야~"

그리고 마지막 말을 김준수의 귓가에 속삭였다.

김준수의 얼굴이 불그락 푸르락 하고 있었다.

"x발.."

김준수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나는 그런 김준수를 뒤로하고 걸어갔다.

그런데 이상했다.

눈이 자꾸 감기고, 발이 무겁다.

나는 비틀거리며 길에 주저 앉았다.

뒤에서 김준수가 비틀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나는 모든 것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역시 남이 주는 음료는 함부로 받아 먹는 것이 아니었다.

김준수는 내가 쓰러진 자리 옆에 털석 주저 앉더니, 나지막하게 속삭이고 쓰러졌다.

"최태민.. 이세계에서 보자..."

어두운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다.

살려달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처음으로 공포감에 휩싸인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렇게 몸부림치며 나는 서서히 굳어갔다.

 

작가의 말

미스테리 창작소설 김준수였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태민이 이세계로 건너가 김준수과 김수연을 만났을까요? 아니면 그들의 꽃다운 인생은 김준수의 광기에 의해 그렇게 끝난 것일까요? 그 이후의 이야기는 과연 계속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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