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수축으로 한달간 입원, 임신 29주~35주 자궁수축 억제제와 함께한 시간
오늘은 제가 임신한 동안 약 한달 간 조산기로 입원한 이야기를 해 드리려고 합니다. 임신 29주에 병원에 가서 35주에 분만하고 자유의 몸이 되었거든요. 그동안 병원에 있는 모든 자궁수축 억제제를 다 사용해 보았습니다.
갑작스러운 출혈
한창 임신 중이었던 29주, 임신 중기 때 양수가 새서 4일 동안 병원 신세를 진 이후로, 몸이 많이 회복되어 산책도 다니고 걱정도 슬슬 내려놓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갈색피가 비친 적도 종종 있지만, 양수가 새는 것이 아니라서 거기에 대한 불안함도 서서히 옅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9주 어느 일요일 아침, 화장실에 갔다가 처음으로 빨간 피를 보았습니다. 출혈이 많지는 않았지만, 주르륵 하고 적지 않은 양의 피가 떨어져서 놀란 마음에 병원에 달려갔습니다.
양수가 새는 것은 아니었다
응급실에 도착하여 양수가 새는지의 여부와 기타 검사를 받아 보았습니다. 다생이 아기도 잘 있고 양수도 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고, 남편과 집에 가면서 뭐 먹을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날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될 줄은..
규칙적인 자궁수축
마지막 검사로 자궁수축 검사를 했습니다. 저는 자궁수축이 그렇게 위험한 것인 줄은 몰랐습니다. 스스로 느끼기에는 아기가 태어날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고, 스스로도 건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궁수축이 5분 간격으로 강하게 있어서 입원해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때가지만 해도, 의료진이 시키는대로 한다는데 의의를 둔 것이지, 그렇게까지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출산을 한 후에야, 29주 때의 자궁수축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궁수축제의 종류
라보파
맨 처음 입원했을 때 맞았던 것이 라보파입니다. 라보파를 맞으면 심장이 빨리 뛰고 손이 떨립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견딜만 했다고 생각했는데, 맥박 검사를 해보니 맥박수가 너무 빨라져서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람마다 부작용의 정도가 다른데, 저에게는 라보파는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트랙토실
트랙토실은 제가 소개해 드릴 자궁수축 억제제 중 가장 부작용이 적은 약물입니다. 혈당을 조금 높인다는 단점이 있지만, 몸으로 느끼기에는 아무런 부작용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저도 트랙토실로 바꾼 후 자궁수축도 잡히고, 안정되어 갔습니다. 그러나 트랙토실의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가격에 있었습니다. 3사이클까지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만, 그 이후로는 1사이클당 약 50만원 가까이 하는 어마무시한 가격을 자랑합니다. 그래서 일단 3사이클까지 써 보고 (약 일주일이 걸립니다) 자궁수축이 잘 잡히면 퇴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약을 끊자 바로 규칙적인 수축이 찾아왔고 퇴원에 실패했습니다.
황산 마그네슘
퇴원에 실패하고 나서 의사 선생니께 일단 마그네슘을 달아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트랙토실은 부작용도 없고 수축도 효과적으로 잡아 주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일단 마그네슘을 한번 시도해 본 뒤 그 다음을 결정하려고 했습니다. 마그네슘은 일반적으로 혈관통이 심하게 오고, 몸이 축 처지며, 머리가 어지럽고 구토를 유발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또 폐에 물이 차거나 신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하네요.
그 때 함께 입원해 있던 분들이 상태가 별로 안좋아 보였는데, 마그네슘을 달면서 그렇게 된 것이었습니다. 울고 토하는 것까지 들어서 (커텐로 얼굴은 볼 수 없지만 소리는 들을 수 있습니다) 좀 무서웠지만, 마그네슘에게 한 번 기회를 줘 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큰 부작용은 없었습니다. 수축도 어느정도 잡혔고, 잠이 쏟아지고 나른해지는 것 빼고는 괜찮았습니다. 좀 성가신 것은 소변량을 계속 체크해야 한다는 것 말고는 괜찮았고, 그것도 점차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약을 끊자 곧바로 다시 수축이 돌아왔고, 이번에는 마그네슘 + 트랙토실 이렇게 같이 달게 되었습니다.
아기에게 괜찮을까?
마그네슘을 달고 있을 때, 뱃 속 아기가 조금 얌전해지는 면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약이 부작용이 있듯, 세 가지 자궁수축 억제제도 부작용이 없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아기가 너무 일찍 태어나는 위험성에 비교한다면, 그래도 약을 다는 것이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주사들
병원에 갔을 때, 저는 세 가지 주사를 맞았습니다. 우선 조산의 위험이 있으로, 아기의 폐를 미리 성숙시켜주는 폐성숙 주사를 2 번 맞았고, 아기에게 면역을 전해줄 수 있는 백일해주사, 그리고 제가 RH-형이라 그에 관련된 주사를 맞았습니다. RH- 때문에 맞은 주사는 20주에 한 번 맞았는데, 병원에 가니 한 번 더 맞으라고 해서 맞았습니다.
여러가지 검사들
입원을 하면서 여러가지 검사를 받았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폐 엑스레이를 찍고, 심전도 검사를 하고, 피검사, 소변검사를 하고, 체중을 체크합니다. 매일 자궁추숙 검사를 필요에 따라 3~5회 정도 하게 되고, 체온을 재며, 혈압과 맥박을 체크합니다. 또 일주일에 한 두 번 초음파 검사, 내진, 자궁경부길이 체크를 합니다.
35주에 모든 약을 끊고 퇴원 준비
자궁수축 억제제는 35주 이후에는 맞지 않습니다. 산모가 원하면 맞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합니다. 게다가 트랙토실은 33주까지만 맞도록 되어 있다고 합니다. 35주 부터는 아기가 태어나도 괜찮다고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드디어 퇴원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35주 1일에 출산
그렇지만 약을 끊은지 하루 만에, 양수가 터졌고, 병원에서 쭉 있으면서 출산하게 되었습니다. 약을 끊은지 하루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 때 깨달았습니다. 29주 때 아기가 태어날 뻔 한 것을 약으로 지연시킨 것을. 한달 정도 입원을 하며,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고, 트랙토실 비용이 아깝고 입원비가 아깝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알고보니 입원비나 약값은 제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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