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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오피니언

호구들을 위한 거절 잘 하는 법

by 아기뼝아리 2020. 12. 12.

호구들을 위한 거절 잘 하는 법

상대방이 곤란하고 애매한 부탁을 할 때, 거절하기 힘들어 수락했다가 시간적으로, 정신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했었던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나요? 대부분 부탁을 하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까봐, 상대방과의 관계가 어색해질까봐 단칼에 거절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살면서 거절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습니다. 또한 아름다운 이별이 없듯이 상처와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거절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상대방의 부탁을 효율적으로 거절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호구들을 위한 거절 잘 하는 법

1. 거절의 참신한 이유?

우리가 다른 사람의 요구를 거절하는 이유는 수만 가지가 되겠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큰 이유는 두 가지로 점철됩니다. 요구를 들어 줄 능력이 되지 않거나, 들어 주고 싶지 않은 것이겠죠. 요구를 들어줄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들어주고 싶지 않을 때보다 거절하기가 쉽습니다. 그냥 말 그대로, 내 능력이 되지 않으니 들어줄 수 없다고 솔직히 말하면 되니까요. 그러나 단순히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지 않아서 거절하는 경우에는 첫 번째 이유로 거절할 때보다는 더 어렵습니다. 솔직하게 ‘너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지 않다’고 대놓고 말할 수 있는 강심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참신한’ 이유를 들며 상대방의 요구를 거절하려고 합니다. 이 때, 거절의 이유가 진부해서는 안 되며 참신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은, 그것이 거절의 진짜 이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본능적으로 그리고 스스로 자신이 말하는 이유가 거짓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꼭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잡아당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죠. 그러나 거절할 때의 이유가 ‘내가 하고 싶지 않아서’ 라는 것에 반드시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하며, 이에 따른 명분이나 이유는 자신이 하는 일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원래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거절할 때 반드시 참신한 이유를 댈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적당한’ 이유를 대면 됩니다. 심지어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거절할 때 이유를 댈 필요가 없을 때도 있습니다.

 

 

2. 관계

거절할 때는 부탁을 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거절해야 합니다. 가까운 사람이라면 조금은 무리해서라도 그 사람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는 것이고, 평소 잘 모르던 사람이라면 무리한 부탁은 잘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죠. 이 때 중요한 것은, 부탁하는 사람과의 관계와 부탁하는 내용의 난이도를 잘 고려하여 적절히 거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평소에 연락 한 번 한 적 없는 얼굴만 아는 동창이 큰돈을 빌려달라고 한다면 거절할 가능성이 높고, 거절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만 친동생이 큰돈을 빌려 달라고 한다면 자신에게 능력이 있다면 빌려줄 가능성이 커지고, 거절할 때도 어려움이 따르겠죠. 그렇다면 이러한 인간관계와 거절의 균형을 맞출 때 지표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3. 역지사지

바로 역지사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입니다. 이 때, 그 사람의 입장이 된다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그 사람의 어려움에 공감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가까운 사이라면 굳이 공감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부탁하는 사람의 어려움이나 기분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착한 사람들은 이러한 공감능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거절이 어려운 것이겠죠. 여기서 역지사지란, ‘부탁하는 사람이 얼마나 힘이 들까?’를 생각하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 사람과 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이 사람에게 이런 부탁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특히 돈과 관련된 부탁을 받는다면, 꼭 먼저 이것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이 사람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말할 수 있는가?’ 또, ‘내가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할 때, 이 사람은 그 부탁을 들어 줄 것인가?’ 이렇게 말입니다. 보통은 나는 아무리 어려워도 이 사람에게 이런 부탁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또 그 사람도 입장이 바뀐다면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지금 고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부탁하는 사람과의 마음의 거리를 나타내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탁을 거절할 때 반드시 ‘참신한 이유’가 없어도 된다는 것입니다. 그냥 ‘적당한 이유’면 충분합니다.

 

 

4. 사람을 얻고 잃는 것

거절을 두려워하는 또 다른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사람을 잃을까봐’ 또는 ‘그 사람과 어색해질까봐’ 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곤란한 부탁을 받은 시점에서 이미 두 사람의 관계는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부탁을 한 사람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그 부탁을 수용했겠죠? 또 그 손해로 인해 쓰린 마음도 어느 정도 감수할만한 것이겠죠? 그러나 당신이 거절의 이유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 사람이 대단히 중요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합니다. 당신은 한 번도 그 사람을 가진 적이 없으며, 따라서 잃을 것도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거절하든지 무리해서 부탁을 받아들이든지 이미 당신이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는 존재하며, 이 경우 무리해서 부탁을 들어주면 그 스트레스가 더 커질 확률이 높습니다.

 

 

5. 사회생활에서의 거절

상대방과 매일 봐야 하거나, 상대방의 지위가 당신보다 높아서 당신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람의 경우라면, 보통 무리해서 끌려 다니며 멘탈이 털릴지, 미운털이 박혀 멘탈이 털릴지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됩니다. 이 때는 우선은 조금이라도 데미지가 적은 쪽을 택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때, 상대방의 부탁을 거절할 경우는 예의 있게, 적당한 이유를 대면서, 진실된 눈빛으로, 미안해하며 거절하는 것이 사회생활의 뒤탈이 없는 법입니다. 그러나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거린다고, 나는 예의 있게 거절했는데도 상대방이 삐딱하게 나온다면, 어차피 그 사람과의 관계는 글러먹은 것이며,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러한 무례한 사람을 내 주변에 만들고 싶지 않다면, 거절할 때 절대로 웃으면 안 됩니다. 화내도 안 됩니다. 로봇처럼 감정을 배제해고 말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물 흐르듯 가볍게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일관된 태도를 유지한다면 상대방의 무리한 부탁을 거절할 때도 도움이 되지만, 처음부터 당신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6. 단호해야 할 때

한편, 세상에는 뻔뻔한 종류의 사람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너무 끈질기고 무례하게 반복적으로 부탁을 해 온다면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거절의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안 된다’고 하면 됩니다. ‘안 된다’, ‘못 한다’라고 하고, 상대방이 눈치 없이 거절의 이유를 물어 온다면 ‘하기 싫다’, ‘내 스타일이 아니다’ 정도의 이유를 대면 됩니다. 사실 ‘내가 하기 싫다’는 것이 가장 명료하고 논리적인 이유가 될 때도 있습니다. 부탁할 때 내 기분을 고려하지 않고 무례하게 굴면서, 심지어 그러한 행동에 자각조차 없는 사람의 감정을 일부러 상하게 하지는 않더라도, 그렇다고 해서 반대로 너무 생각해 줄 필요도 없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라면 이 사람처럼 할 수 있을까’를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결론

거절은 많은 사람에게 너무나도 어려운 숙제와도 같습니다. 그러나 무리한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다 들어주려고 한다면, 자신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자괴감도 생기고, 또 해 준만큼 돌려받지도 못하며, 결국 상대방과의 관계도 망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어떻게 살든 자신의 선택입니다. 선한 마음을 가지고 상대방을 위해 자신을 어느 정도 희생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죠. 만약 모든 사람들이 베풀며, 손해를 감수하고,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마음 상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한다는 자괴감이 들지 않는다면, 이런 글 자체가 전혀 필요 없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대부분의 경우 어중간하게 선하며, 어중간하게 악하고, 어중간하게 억울해 하며 살아갑니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듯이 상처와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거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거절에 따른 스트레스를 인정하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 글이 이런 어중간하고도 스트레스 많은 세상을 지혜롭게 사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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