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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흥미로운 지식

[역설과 반어] 역설법과 반어법의 차이점

by 아기뼝아리 2019. 5. 19.

[역설과 반어] 역설법과 반어법의 차이점

 

역설법반어법
역설법과 반어법의 차이점

역설법과 반어법

역설(逆說)반어(反語), 학창시절 국어시간(문학)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단어이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여러 곳에서 끊임없이 듣게 되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설과 반어는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게 되는 개념이지만, 사실 역설법과 반어법은 비슷하게 보여도 다른 개념이다. 지금부터 역설과 반어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역설법

역설을 쉽게 이해해보자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말이다. 논리의 모순이지만 그 속에 참뜻이 숨어 있다. 어쨌든 역설은 말 자체가 안 되다보니 앞뒤 맥락을 모르더라도 이것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역설법 예시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유치환 <깃발> 중에서

→ 아우성은 떠들썩하게 기세를 올려 지르는 소리이다. 당연히 아우성은 소리가 없을 수 없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중에서

→ 찬란하다는 것은 화려하고 밝은 분위기를 나타내는 긍정적 정서의 단어로, 부정적 정서인 슬픔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조지훈, <승무> 중에서

→ 곱기 때문에 서럽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못생겨서 서럽다’ 이런 식의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이처럼 역설은 진술된 언어 자체가 서로 모순되고 상충된다. 겉으로 보기에 말이 안 된다.

 

반어법

반어를 쉽게 이해해 보자면 실제 의미와 반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비꼬아 말하는 것도 반어에 해당한다. 반어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반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역설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만, 반어는 상식적으로 말은 된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반어법 예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김소월, <진달래꽃>

→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는 상황으로 표현은 울지 않겠다고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큰 슬픔으로 눈물을 펑펑 흘릴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줄의 시는 커녕 단 한 편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 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김광규, <묘비명>

→ 시나 소설과 같은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지 않고 돈과 높은 자리 같은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가치만을 추구한 사람의 비석을 훌륭하다고 하며 비꼬고 있다.

 

(약속시간을 1시간 늦은 친구에게) 참 빨리도 왔네.

→ 실제로 친구는 빨리 온 것이 아니라 친구가 늦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시험에서 국어 0점을 받은 아들에게) 잘~ 하고 있다.

→ 아들이 시험을 잘 친 것이 아니라 시험을 망쳤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처럼 반어는 진술된 언어와 상황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말이 된다.

 

역설과 반어의 차이점

역설과 반어는 둘 다 강조하는 기법으로 둘의 차이점은,

 

역설법: 표현 자체가 말이 안 되며 표면적으로는 논리가 모순되지만 그 속에 참 뜻이 담겨 있음

반어법: 표현 자체는 말이 되지만, 표면적 의미와 실제로 전달하려는 의미가 상반된다.(반대로 말한다.)

 

 

역설법 적용 사례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높이도 폭(幅)도 없이 떨어진다.

김수영, <폭포>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조지훈, <승무>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보다.

이육사, <절정>

 

님은 죽었지만 죽지 아니하였습니다.

한용운, <논개의 애인이 되어 그의 묘에>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정지용, <유리창>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유치환, <깃발>

 

어리석고도 은밀한 기쁨을 가졌어라.

나희덕, <뿌리에게>

 

길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다.

정호승, <봄길>

 

아무 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

법정, <무소유>

 

저 캄캄한 대낮 과녁이 달려온다.

고은, <화살>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윤동주, <십자가>

 

 

반어법 예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소월, <진달래꽃>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신석정, <들길에 서서>

 

난 니가 싫어졌어. 우리 그만 헤어져.

지오디, <거짓말>

 

한 줄의 시는커녕 단 한 편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 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김광규, <묘비명>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황동규, <즐거운 편지>

 

혼자 있어도 난 슬프지 않아.

티, <하루하루>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는 내말이 잊었노라.

김소월, <먼후일>

 

아직은 암회색 스모그가 그래도 맑고 희고, 폐수가 너무 깨끗한 까닭에

김기택, <바퀴벌레는 진화중>

 

 

 

이젠 당신이 그립지 않죠. 보고 싶은 마음도 없죠.

럼블피쉬, <비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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