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속 동물] 낭패, 교활, 유예의 유래(어원)
낭패(狼狽)
계획했던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또는 몹시 곤란한 지경에 놓였을 때, '낭패다', '낭패를 보았다' 라는 말을 쓸 때가 있다. 여기서 '낭(狼)'은 《이리 낭》 이라는 한자이고, '패(狽)'는 《이리 패》 라는 한자이다.
그러나 실제로 '낭'과 '패'는 단순한 이리가 아니라 모두 전설 상의 동물이다. '낭'은 태어날 때부터 뒷다리 두 개가 없거나 있어도 매우 짧고, '패'는 태어날 때부터 앞다리 두 개가 없거나 있어도 매우 짧다. 그래서 '낭'과 '패'는 혼자서는 걸을 수도 없고, 서 있기도 힘들기 때문에 혼자서는 기본적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항상 '패'는 '낭'의 등에 걸쳐 다니면서 두 마리가 한 몸과 같이 움직인다.
이 둘은 성격마저 다르다. '낭'은 용맹하지만 지혜가 부족하고, '패'는 겁이 많지만 지혜가 뛰어나다. 그래서 둘은 먹이를 찾으러 갈 때도 항상 함께 나간다. '낭'은 용맹스럽게 앞장서서 가고 '패'의 지시에 따라 먹잇감을 포획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생하는 관계인 '낭'과 '패'라고 해도 둘의 관계가 항상 원만한 것은 아니다. 둘의 호흡이 조금이라도 어긋나거나 서로 고집을 피우며 다투게 되면 사냥은 물론, 단순히 움직이는 것도 불가능해서 꼼짝 없이 굶어 죽게 된다. 말 그대로 '낭패'인 것이다. 서로가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태, 여기서 오늘날의 '낭패'처럼 '계획한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기대에 어긋나 매우 딱하게 되다' 라는 뜻이 나오게 되었다.
교활(狡猾)
간사하고 꾀가 많은 사람을 가리켜 '교활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처럼 '교활'은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이다. 누군가를 교활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면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여기서 '교(狡)'는 《교활할 교》 라는 한자이고, '활(猾)'은 《교활할 활》 이라는 한자이다.
'교'와 '활'도 모두 전설 상의 동물이다. '교'는 옥산에 사는 짐승인데, 그 생김새는 개와 비슷하며 온몸에 표범 같은 무늬가 있고, 머리에는 소의 뿔이 달려 있다. 특히, '교'가 이 세상에 나타나면 그 해에 큰 풍년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교'를 길조로 여기며 '교'가 나타나길 바라지만 이놈이 워낙 간사해서 등장할 듯 말 듯 하면서 사람들의 애만 태우다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활'은 요광산에 사는 짐승인데, 그 생김새는 사람과 비슷하며 온몸에 돼지털이 나 있으며 동굴 안에 들어가 겨울잠을 자곤 한다. '활'의 울음소리는 마치 도끼로 나무를 찍는 소리 같은데 큰 소리로 울어 대면 온 천하가 큰 혼란에 빠져 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활'을 흉조로 여기며 두려워 한다. '교'와 '활'은 사는 곳은 다르지만, '교'가 있는 곳에는 '활'이 항상 따라다닌다. 그래서 인간의 길흉화복이 번갈아가며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교'나 '활'은 호랑이 같은 맹수를 만나면 스스로 몸을 구부려서 공처럼 동그랗게 만든다. 그리고 호랑이 뱃속으로 들어가 내장을 마구 뜯어 먹는다. 그 결과, 호랑이는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교'나 '활'은 뱃속에서 유유히 걸어 나오면서 미소를 짓는다. 흔히 쓰는 '교활한 미소'와 오늘날의 '교활'처럼 '간사하고 꾀가 많다' 라는 뜻이 여기서 나오게 되었다.
유예(猶豫)
'일을 실행할 때 날짜나 시간을 미루는 것'을 '유예'라고 한다. 일정 기간 동안 형의 집행을 미루는 '집행유예'의 유예도 역시 동일한 의미이다. 여기서 '유(猶)'는 《원숭이 유》, '예(豫)'는 《미리 예》 라는 한자를 쓰고 있으며 두 글자 모두 '머뭇거리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유'와 '예'도 역시 전설 상의 동물이다. 이 두 짐승은 겁도 많고 의심도 많다. '유'의 생김새는 원숭이를 닮았는데, 바스락 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나무 위로 숨어버리곤 한다. 또한 나무 위로 한 번 올라가고 나면 소리가 나지 않아도 잘 내려 오지 못하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예'의 생김새는 코끼리를 닮았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금의 코끼리처럼 덩치가 큰 짐승이지만 겁이 많아서 항상 주저하면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며 머뭇거리곤 한다.
이처럼 '유'와 '예'는 둘 다 겁이 너무 많아서 좀처럼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동물이다. 여기서 오늘날의 유예처럼 '일을 실행할 때 날짜나 시간을 미루거나 늦추다' 라는 뜻이 나오게 되었다.
참고. 전설 속의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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