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겁! 아기가 혈변을 보았다
얼마 전 우리 29개월 아이가 설사를 하다 혈변을 보았다. 모든 병원이 문을 닫은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집 근처에 있는 대학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오늘은 아기가 설사를 하다 혈변을 본 그날의 아찔한 경험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갑자기 터진 급성설사
그날은 케이크와 워터젤리 등, 유난히 단것을 많이 먹은 날이었다. 아이와 함께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설사가 터졌다. 그것도 한 시간에 두 번이나 설사를 하는 것이었다. 주말에 대부분의 병원은 문을 닫은 시간이라, 동네에 밤늦게까지 여는 병원에 갔다.
그때까지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단것을 많이 먹어서 급성 설사를 하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병원에 가서 약이나 받아올 생각이었다. 의사 선생님도 아이 배 소리도 나쁘지 않다고 했고, 유산균과 위장 운동을 도와주는 약을 처방해 주셨다.
갑자기 혈변이라고?
그런데 문제는 병원에서 집에 돌아온 후에 발생했다. 아이가 갑자기 혈변을 누는 것이다. 그리고 혈변을 동반한 설사는 계속 이어졌다. 그때는 이미 모든 병원이 문을 닫은 늦은 시간, 우리는 혈변 사진을 찍은 후, 집 근처에 있는 대학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아기의 혈변과 관련된 정보를 검색하면 하나같이 다 무서운 내용 밖에 없기 때문에, 마음이 초조해졌다.
요즘 응급실에 의사가 부족하다던데...
응급실을 향하며 갑자기 요즘의 응급실 의사 부족 사태가 떠올랐다. 뉴스에서 접한 의료진 부재로 인한 여러 가지 안타까운 사건도 떠올랐다. 그 당시에 제발 의사가 있기를, 아이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기를 기도하며 응급실로 달렸던 것 같다.
진찰 결과
응급실에 도착하니 아이 진료를 봐줄 수 있는 의사가 있는지 일단 확인해야 하며, 조금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조금 후 혈변 전문의사는 없다고 했다. 그래도 거기 계신 다른 의사 선생님이 제너럴한 증상은 어느 정도 볼 수 있어서 아이가 진료를 볼 수는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아기 배 소리도 들어보고, 혈변 사진도 보고, 항moon도 살펴보시더니, 겉에 찢어진 부분은 없어서 아마 장에서 출혈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때 아이가 거기서 혈변을 또 봐서 혈변이 묻은 기저귀를 직접 보여드릴 수 있었다.
의사는 정확한 진단은 검사를 해보아야 알겠지만, 피 색깔이 붉은 것으로 보아 급성 설사 때문에 아래쪽 장에 상처가 생겨 출혈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다. 배가 아픈 것도 아니고, 출혈이 심해 아래 눈꺼풀이 하얗게 된 것도 아니니 괜찮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시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사제를 처방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설사가 멈춘 후, 그러니까 이틀 정도 후에도 여전히 혈변을 본다면, 다시 병원으로 와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 장중첩증과 같은 심각한 상황일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그 경우는 혈변은 부수적인 것이고, 아이가 많이 아파해서 병원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고마운 의료보험
요즘은 응급실을 이용하면, 큰 병이 아닌 이상 본인 부담금이 90%라는 말을 들어서 얼마나 비쌀지 걱정했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그런데 영수증을 확인해 보니 본인 부담금이 90%였다면 꽤 부담이 될 뻔했다. 순간적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강도를 당해 병원에 한 번 입원하니 파산할 위기에 처한 극 중 '사이먼'이 생각났다.
배는 괜찮아, 엉덩이 아파!
결론만 말하자면, 우리 아이는 괜찮았다. 비록 혈변, 그것도 끈적한 혈변을 보았지만, 설사가 멎으면서 피도 함께 멎었다. 노파심에 아이에게 계속 배는 안 아프냐고 물었더니 '배는 괜찮아, 엉덩이 아파!'라고 했다. 생각해 보니, 설사가 시작된 후, 아이가 엉덩이 아프다고 용변을 물티슈로 닦는 것을 싫어했었다.
지사제
요즘은 설사가 나더라도 무조건 지사제를 먹이지 않는다. 나쁜 것이 빨리 배출되어야 장이 빨리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설사를 적당히 할 때의 얘기인 것 같다. 설사가 너무 심하면 장출혈이 생길 수도 있고, 엉덩이가 다 헐 수도 있다. 또 아이는 탈수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니 설사가 너무 심하면, 지사제를 먹이는 것이 좋다.
물론 지사제를 먹일 때는 아이의 변을 체크해 가면서 먹여야 한다. 조금 우리 아이는 지사제를 3번 먹고 나서 변비가 올 뻔했다. 다행히 변비까지는 안 갔지만 말이다.
트라우마
아주 다행히도 아이는 금방 건강을 회복했다. 애초에 배가 아프거나 힘들어하는 기색도 없었기에, 응급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바로 안심할 수 있었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혈변을 보고 엉덩이가 아팠던 우리 아이에게는 그 사건이 나름의 트라우마였던 것 같다. 트라우마 까지는 아니더라도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던 것 같다. 그때 이후 기저귀를 갈고 변을 닦고 씻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게 되었다. 다행히 지금은 잘하지만, 다시 돌아오기까지 아이도 많이 울고, 엄마 아빠도 고생을 많이 했다.
모든 혈변이 위험한 것은 아닌 듯?
인터넷에 검색하면 혈변은 무척 위험한 것으로만 나와 있다. 물론, 많은 경우 위험한 것이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딱히 아파하지 않고, 피의 색깔이 붉다면, 일시적인 출혈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물론 그래도 무조건 일단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야 확실히 괜찮은지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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